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혼(魂)이 있는 경영이 우선이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0.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81번째 이야기(魂)이 있는 경영이 우선이다



『혼.창.통』으로 유명한 <위클리조선>의 이지훈 기자(現 세종대 경영학과교수)는 세계적인 경영석학 그리고 유명CE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성장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30가지 키워드를 뽑아내었고 이들을 다시 정리하여 '혼.창.통'이라는 세 개의 함축된 단어를 사용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생각을 표현했다. 그가 만들어낸 단어인지, 아니면 책을 발간한 쌤엔파커스 출판사의 박시영대표(카피문구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라서 혹시나 하고 추측해 보는 것이다)가 만들어 낸 단어인지는 몰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 멋진 표제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는 부분은 혼(魂)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으뜸 항목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에 혼의 영역에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갖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저자의 생각도 나와 같았는지, 나머지 영역인 ‘창.통’의 영역에 이르러서도 결국 모든 출발점은 혼이어야 한다는 강한 주장으로 책의 후반부도 마무리되어 있었다.

혼과 관련하여 본문에 이런 문구가 있다. "혼은 목표와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적성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하며 나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들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타인의 잣대는 필요치 않다. 모든 결정의 결정권자는 나이며, 그 결과물을 수용해야 할 사람도 나임을 인식해야 한다. 목표를 정하고 신념을 굳게 하여 자기 확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문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혼과 관련하여 주옥과도 같은 문구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전설적인 인물 故스티브잡스의 명대사는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대목 중에 하나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라. 타인의 소리가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심장과 직관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아무리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 의미심장한 멘트임에 틀림이 없다.

이지훈 교수가 정의한 혼의 정의에 더하여 나는 추가로 "혼이란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다"라고 덧붙이고 싶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아무리 훌륭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CEO라도 신념이 담긴 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아무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아무리 불안한 조직이라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CEO가 미친 듯이 일에 매진할 때 다른 모든 불안요소가 해소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목격했다.

얼마 전 방문한 기업에서도 이런 '혼의 부재'가 문제가 되어 조직이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름은 아라식품(가명)이라는 곳으로 우리 고객사는 아니지만 그곳의 어느 임원과오래 저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던 지라 요청이 왔을 때 주저 없이 방문을 한 것이다. "요즘 회사가 많이 어렵습니다"로 시작하는 그 분의 하소연은 1시간을 이어갔다. "이렇게만 말하면 사람들은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던가, 경쟁이 심해서 매출이 떨어지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사실 외부시장상황은 좋은 편입니다. 급식시장이 커지면서 거래처도 많이 확보된 상태이고 매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니, 근데 회사가 어렵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지?"라는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나의 얼굴을 보면서 그가 전해준 이야기의 요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아라식품의 창업자가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아들이 들어와 경영에 관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떨 결에 막중한 회사경영을 맡게 된 이 2세 경영자가 자꾸 엉뚱한 일만 벌이는 바람에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아라식품은 오랜 기간동안 식품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카테고리속에서 나름대로 식품전문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쌓아온 회사인데, 해외에서 지내다 들어온 2세 경영자가 회사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커피사업을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그 쪽으로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은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사장은 왼쪽으로 가겠다고 노를 젓는 형국이라 직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고, 회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이에 경쟁사들이 한나 둘씩 거래처를 빼앗아 가고 있는 와중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상황입니까?" "결국 사장의 지시대로 내부에 신규사업부를 신설해서 기존사업도 그대로 유지해 가고 커피사업도 새롭게 시작해 보기로 최근 결론을 내렸습니다"라고 그가 답한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질문 하나가 날아온다. "저희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요?" 나는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둘 다 망합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너무 극단적인 대답에 상대방이 놀랐는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거기서 "우리에게 일을 주신사면 두 사업이 정상괘도에 바로 진입할 수 있게 끔 What과 How에 대한 리포트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회사매출에도 다소 공헌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양심을 속여가며 듣기 좋은 말을 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리도 강한 어조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 놓은 것일까? 거기에는 수 많은 기업을 상대하며 체득하게 된 경험적 사고와 함께 그 회사의 내부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감각적 추론이 작용해서였다.

경험적 사고란, 경영자는 반드시 한 분야를 파고드는 집념과 함께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에 비견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보기 위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주변의 회사들을 한 번 둘러보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탐구해 보는 것도 좋다. 지금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업의 본질에 대해서 CEO가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는 십중팔구 어려움에 처해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물론, CEO가 사업에 대한 집념과 전문성이 높다고 해서 기업이 반드시 성공가도를 달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CEO의 사업의지와 전문성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이게 충만하다고 해서 다 잘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반대로 이게 결여된 CEO가 이끄는 조직의 생명력은 길지 못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주면 좋겠다.

다음은 감각적 추론과 관련된 대목인데, 나는 아라식품처럼 조직이 통일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며 사업에 임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수 많은 회사를 상대하며 몸으로 체득했다. 그런 회사는 대부분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도 험난한 파도를 가르며 배를 전진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진데, 한 쪽은 오른 쪽으로 노를 젓도 있고, 다른 한 쪽은 왼 쪽으로 노를 젓고 있는 형국에서 과연 좌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배가 얼마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지금 이 회사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젊은 신임사장의 기존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양쪽 사업을 모두 반드시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강한 사업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왜 두 개의 사업을 병행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내부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하는데, 우선 CEO본인이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는 데서 아라의 미래를 암담하게 예측해 보는 것이다.

이지훈 교수는 『혼.창.통』에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혼의 공유' 즉 '비젼의 공유'에 있다"라고 말을 했다. 유사한 말로서 나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코멘트를 얼마 전 발간한 『성장하는 조직의 5가지 질문』(신경수著 - 21세기북스)에서 다음과 같이 담아 보았다. "조직에는 일관된 메시지가 흘러야 한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이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일된 메시지가 조직전체에 흘러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대표적 사례로 1995년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을 소개했다.

"이제부터의 삼성은 품질이다!"라는 의식을 조직전체에 심어주기 위해 자식 같은 애니콜 500만대를 불태우는 이건희 회장의 모습은 혼이 담긴 경영자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조직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정점에 있는 CEO에게 업의 본질을 바라보는 인싸이트와 사업을 일으키고자 하는 집념이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이지훈 교수가 만난 세계 유수의 경영대가들 모두가 혼이 담긴 경영을 으뜸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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