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성실한 배우자를 만나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0.23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83번째 이야기성실한 배우자를 만나라



고객사의 리더들에게 조직관리를 위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제시해 주고, 그들이 이끄는 멤버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다양한 스킬을 전수해 주는 일이 내 주요업무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리더들의 현재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리더십진단 인데, 가끔은 생각지도 않은 황당한 보고서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어떤 방향으로 해당 주인공에게 피드백을 해 주어야 하나, 하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모 기업의 간부리더십의 장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고객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연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장의 서술형 평가란에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부하직원들에게 옮기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안 일은 집안에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우리까지 늦은 귀가를 강요하는 건 옮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등과 같은 가정사에 고민하고 있는 어느 부서장의 피드백시트를 접한 것이다.

그 회사 내부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문제로 지목된 부서장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 친구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요새 문제가 많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따로 나와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리도 있는데, 아무튼 요새 부하직원들하고의 마찰도 심하고, 술 냄새 풍기면서 출근하는 날도 적지가 않고, 사내에서도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어서 주목하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한자성어가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로서 가정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지로서 이런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사회생활 또한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부인과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비관적인 평을 받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느 후배는 성격 차이로 인해 혼자 살고는 있지만 조직내부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성실한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부부 사이가 좋든 나쁘든, 자녀가 방탕한 생활을 하던 말든,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사이기 때문에 그런 개인 사에 대해 관여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개인 사를 가진 인물하고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속내이다. 이유는 개인의 불행한 가정사나 복잡한 가정사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확률적으로 높기 때문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실 나 또한 그런 환경에서 수년간 괴로운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이다.

아주 오래 전, 주니어 직급을 달고 직장생활을 하던 때에 나는 이상한 상사를 만나 심한 고초를 겪었던 시기가 몇 년 있었다. 우리 부서를 이끌었던 실장 때문이었다. 업무 면에서 본다면 추진력도 있고 기획력도 뛰어나고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는데, 생활적인 면에서 본다면 100점 만점에 10점을 줘도 아까울 정도로 후배들에게는 정말 많은 욕을 먹었던 분이다. 그 이유는 너무 늦은 퇴근시간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팀장이나 부서장이 몇 시에 퇴근하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서는 직장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20년 전만 해도 위의 부서장이 퇴근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있으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가 않았다. 부득이 일이 있어 먼저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용히 부서장에게 다가가 "부장님 죄송하지만 약속이 있어 먼저 나서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을 나서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런 시절이고 보니 당연히 퇴근시간을 한 참 넘기고도 퇴근하지 않고 책상을 지키고 있는 실장이 부하직원들 눈에 좋아 보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먼저 퇴근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가끔은 "나 신경 쓰지 말고 먼저 퇴근하라"고 말을 던지기는 하였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퇴근했다가는 다음 날 엄청난 보복을 경험해야만 했다. 나 또한 초기에 그 분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했던 시절에 "먼저 퇴근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일찍 나섰다가, 한 동안 눈물이 쏙 나올 정도의 업무보복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그 분이 일 때문에 퇴근을 못하고 회사에 늦게 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우리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왜? 퇴근시간을 한참이나 넘기고서도 사무실에서 뭉그적거리며 집에 가려고 하지 않은 것인지, 우리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그마한 회식자리에서 진실을 알 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감추어 둔 진실의 창을 무의식 중에 여는 상황이 가끔 발생하곤 하는데, 바로 이 날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원래 술을 잘 하지 않으신 분이었는데,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권하는 소주를 몇 잔 마시더니만 그 동안 감추어 둔 취중토크를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부인 때문이었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집에 가기가 싫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부인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그 분의 인질이 된 셈이었다.

부서장의 인질이 되어 괴로운 시절을 보낸 이후로, 나는 조직개편이 있거나 부서이동이 있어 상사가 결정이 되면 상사 그 분에 대한 업무능력보다는 사모님은 어떤 분인지? 얼마나 화목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겨났다. 마찬가지로 후배나 신입사원을 받을 때에도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를 우선 고려하게 되는 습관이 형성이 되었는데,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있는 선배나 후배와 함께 일하는 것이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최근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의미심장한 보조자료가 하나 발견이 되어 여기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브리트니 C. 솔로몬Brittany C. Solomon과 조슈아 J. 잭슨Joshua J. Jackson교수는 호주에 있는 수천 가구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우자의 성격적 특성이 사람들의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The Long Reach of One's Spouse: Spouse's Personality Influences Occupational Success』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인간의 성격을 이루는 5가지 요소 '상냥함, 성실함, 외향성, 개방성, 민감성'이 자신과 배우자의 직장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 발표한 것이다.

책 안에 있는 내용을 인용해서 설명하자면, 직장인이 업무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는 배우자의 유일한 특성은 성실함이며, 이는 직장인의 성별이나 본인의 성실도와는 무관하게 소득, 승진, 직업 만족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전적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배우자의 성실도가 평균 수준보다 표준편차가 1만큼 증가할 때마다 연간 4000달러의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승진과 관련해서도 성실도가 아주 높은 배우자(평균보다 표준편차의 2배만큼 높은)를 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경우(배우자의 성실도가 평균보다 표준편차의 2배만큼 낮은)에 비해 승진할 확률이 50%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연구자료를 발표하면서 '배우자의 성실함이 직장생활의 성공에 이렇듯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성실한 배우자는 잡다한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처리해 줌으로써 자신의 파트너가 직장 일에 집중하거나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성실한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체로 결혼생활에 만족을 느끼며 따라서 자신의 일에 보다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셋째, 성실한 배우자를 둔 직장인은 배우자의 근면한 습관을 따라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모방이 직업 만족도와 승진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페이지에 실려 있는 말이다. 잘 되는 집안은 다들 비슷하게 근심이 없고 건강하며 화목하지만, 안 되는 집안은 애정이든 금전이든 자녀든 천차만별의 이유로 불행해진다는 말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되는 회사는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직원들이 많은 반면, 안 되는 회사는 불만 가득한 표정과 짜증나는 얼굴로 억지로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이 많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서 회사나 자신의 업무자체에 대한 불만에 기인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더하여 직원 개개인의 가정사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부모의 성실함이나 배우자의 성실함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 조직생활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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