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진지한 자세로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부터
등록인 관리자 등록일 2018.03.27

203번째 이야기「 진지한 자세로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부터


최근 인사 쪽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기업들이 신입들의 퇴사로 골치를 않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일정비율의 신입직원 퇴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지라 크게 소란을 피워가며 이슈를 만들 사안은 아니다. 지금의 신입들 퇴사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는 이유는 그들의 퇴사의 사유가 과거와 비교해서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신입들의 퇴사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회사에 대한 실망이나 직무에 대한 부적응' 때문이었다. 입사 전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의 동향을 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하는 신입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경기도 안양의 어느 공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단측이 마련한 입주사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과정에서 본래 예정된 인원보다 30%가량 줄어든 숫자가 참여를 하길래, 무슨 이유인지 물었더니 "퇴사자가 갑자기 늘어서 그래요. 요새는 어느 기업이나 20~30%정도의 신입직원 이탈은 감수를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퇴사의 사유가 '공무원 시험준비'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엄청 늘었다는 겁니다.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는 걸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사로 돌아와 공무원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8년이 역대 가장 많은 공무원 채용계획이 있는 해이며,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에 있는 청년들의 숫자만도 대략 40만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속한 업종이 지식서비스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공무원을 만날 일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관련된 소식을 접할 일도 거의 없다. 있다면 가끔 서류 때문에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들르는 것이 고작인데, 그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을 텐데, 하루 종일 저렇게 민원처리 해 줄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었다. “100인 100색이라고 했는데, 이런 저런 사람들 상대하려면 정말 힘들겠다” 하는 느낌 정도였지, 특별히 그분들에 대해서 "부럽다, 우아하다"는 등의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의 삶인지라 공무원과 관련된 소식은 피부로 얼른 와 닿지가 않았는데, 최근의 신입직원 교육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의 이탈을 지켜보면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얼마나 높은 인기가 있는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 공무원의 인기를 실감할 수는 뉴스 하나가 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7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시험이나 공공기관 채용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4.0%로 집계됐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서'가 69.5%로 압도적이었다. '정부정책으로 공무원 채용기회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13.2%,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다'는 응답은 10.9%였다"-(출처: 문화일보 2017/11/24)

위의 기사에 따르면 직업을 구하고 있는 친구들 4명중 1명은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안정성'에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이로서 가져야 되는 '도전이나 야망' 이런 것들은 둘째 치고라도,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일의 의미,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정해야 하는데, 편안함과 안정성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시대가 바뀐 것인지, 나의 사고가 잘못된 것인지, 순간적인 고민이 일기 시작했다. 생계의 수단으로의 직업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자신의 직업을 선택해야지 나중에 후회가 없을 텐데,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편안함,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결국 가치관의 충돌 때문에 직무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비슷한 사례가 우리 회사에서도 있었던 지라 여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실어보고자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우리회사에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입사한 A라는 신입직원이 있었다. 나는 당시에, 독일의 중소기업의 상황에 정통하고 유럽의 문물에 익숙해져 있는 이 친구가 왜 우리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는지 무척이나 의아했다. "교육을 통해 조직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썩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독일 제조기업에 대한 경험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적혀있는 이력서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하는 교육사업이 이 친구의 적성에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채용했다. 담당 팀장의 채용의지가 워낙 강했던 지라 '해당부서장의 의견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채용을 하고 교육을 시키고 현업에 투입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 돌아왔는데, A는 결국 1년 만에 우리를 떠나 독일의 어느 유명한 자동차부품회의 한국지사에 재입사를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조직 내에서 꽤나 인정을 받으며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친구가 총명하고 이해력이 빠른 것은 사실이었지만, 본인이 지향하는 바와 회사가 추구하는 골이 달랐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왠지 모를 그늘이 얼굴에서 비쳐지곤 했는데, 지금의 장소는 그에게 큰 모티베이션을 느끼게 끔 하는 모양이었다. 비록 아까운 인재를 떠나 보내는 것에 대한 서운함은 컸지만, 그의 미래를 위해서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A에게 진심 어린 축하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B라는 똑똑한 여자아이 하나가 우리회사에 지원을 했다. 자기소개서도 완벽할 뿐만 아니라, 면접의 상황에서도 어떤 돌발질문이 나와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답변하는 기술은 "잘만 키우면 대어(大漁)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나처럼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촉이 발동한 것이다. 본인의 동의를 구하고 예전 직장의 상사에게 전화를 했는데, "정말 유능한 인재입니다. 절대 놓치지 마십시오"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이 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왜 전혀 다른 업종에 규모도 작은 우리 회사로 오려고 하는 거지? 심지어 급여도 낮춰가면서......"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그녀의 지원동기를 듣는 순간 깊은 탄복과 함께 숙연한 마음마저 갖게 만들었다. "지금의 회사도 정말 좋은 곳입니다. 게임회사로서 인지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근무조건도 최고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3년 내내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게임중독자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저에게 어울리는 의미 있는 직업을 갖고자 합니다." 그녀의 답변이었다. 물론 그녀는 일취월장(日就月將)하여 지금은 우리회사에서 중추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편하고,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서 걸어가는 것이 나중에라도 후회가 없는 법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에 맞추어 직업을 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가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가치관의 실현' 혹은 '소명의식의 실현'이라는 말로 부르곤 하는데, 뭔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생각은 특히 자신이 가진 사재를 털어서 인재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기업가들을 보면서 많이 갖게 되는데,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최명재 이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는 미국 IVY리그의 대학에 가장 많이 학생을 보내는 고등학교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의 새말 IC를 빠져 나와 둔내방향으로 20분을 달리면 기와집 모양의 웅장한 학교 하나가 등장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민족사관고등학교, 일명 '민사고'라 불리는 곳이다. 민사고는 파스퇴르그룹을 만든 최명재 회장이,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996년 설립한 자립형 사립학교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건 대략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곳의 설립자이신 최 이사장과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 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최명재 회장은 파스퇴르를 창업한 기업가이다. 최 회장은 본래는 은행원이었다. 상업은행에서 잠깐 일하다가 큰 돈을 만지고 싶어 이란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마침 불어닥친 중동붐에 편승하여 운송업으로 큰 돈을 벌었고, 이 돈으로 젖소를 사고 파스퇴르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 때는 남양, 매일과 같은 기라성 같은 우유회사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파스퇴르는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98년 부도가 나면서 한국야쿠르트에 팔리게 된다. 파스퇴르가 건재할 때는 매년 50억 이상의 자금을 민사고에 지원했다고 하는데, 이 돈으로 민사고는 박사급 교사를 채용하고 무료교육과 함께 학생들에게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파스퇴르를 한국야쿠르트에 매각할 때에도 '민사고에 대한 지원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원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사업가는 사업의 확장에 더 큰 관심을 갖는 법인데, 어떻게 회장님은 학교를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에, 그는 "중동에서 돈을 벌면서 갖게 된 꿈이 하나 있습니다. 이 땅에 민족의 혼이 서린 학교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민족의 정기가 어린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이 노벨상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사실 지금의 모습을 그리면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80이 넘는 노인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이 들어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A군과 B양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항상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못다한 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사업에 인생을 걸고 있는 최 이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결국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받는다거나 일이 편하다거나 하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택하기에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 욕구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진지한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202번째 이야기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소소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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