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Out of Box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1.1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86번째 이야기Out of Box


똑같은 사물을 가지고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해석은 천차만별이다. 이유는 고정관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정관념이 우리의 행동반경에 뿌리깊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유행어 중에 ‘아프리카 신발장수’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신발장수 2명에게 아프리카에 가서 신발을 팔라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평소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모든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던 A는 "아프리카에는 신발을 신은 사람이 없으니 모두가 나의 고객이다"라고 기뻐한 반면, 새로운 도전에는 항상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B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신발을 살 리가 없다"라는 말로 처음부터 포기를 했다고 한다. A와 같은 혁신적 마인드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든 두 인물을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과 전(前)함평군수 이석형의 이야기다.

2017년 11월11일 24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행사의 종료를 알리는 숫자가 전광판에 표시가 되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미디어센터가 있는 상하이엑스포내 대형전광판에 '1682억위안(약 28조 2912억원)'이라는 금액이 붉은 색으로 표시가 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에서 이날 하룻동안 판매된 총 거래금액이다. 2016년의 1207억위안(약 20조3017억원)보다 39.3% 늘어난 수치이다.

해외에서는 ‘싱글스데이’로 이름이 알려진 중국의 광군제(11월11일) 거래액은 처음 온라인행사가 시작된 2009년도 0.5억위안으로 시작하여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2017년에는 28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쇼핑몰에서 하루 거래액이 28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해년마다 증가하는 싱글스데이의 거래액을 나타내는 도표인데, 보는 바와 같이 매년 갱신하는 금액의 수치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도표

원래 싱글스데이는 1993도에 난징(南京) 대학의 학생들 사이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솔로인 학생들끼리 모여서 위로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 받는 행사에서 유래가 되어, 급속도로 타 지역의 학생들에게까지 전파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독신들의 단순한 선물교환의 행사를 모두가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쳐다보고 있을 때,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난징대학 내의 자그마한 행사였던 ‘독신자의 날’ 행사가 시작되고 16년이 지난 2009년, 마윈 회장은 "독신자의 날에는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명분아래 솽스이(雙十一)라는 이름으로 자사의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할인행사는, 첫해 0.5억위안으로 시작하여 2017년 1682억위안, 우리 돈으로 28조대의 규모로까지 성장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마윈 회장의 관찰력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윈 회장과 같은 남다른 집중력과 호기심으로 아무도 모르던 대한민국의 낙후된 시골 함평을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지방공무원이 있다. 지금은 산림조합중앙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석형 전(前)함평군수이다.

전라남도 함평군은 산업자원, 관광자원, 천연자원이 전무한 '3무(無)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그가 군수로 취임한 1998년도만 하더라도 전국 85개 지자체(군단위)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84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자치단체 중의 하나였다. 관광, 산업, 자원 그 어느 것 하나 상품화 할 만한 것이 없는 가난한 시골에서 이석형 군수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축제였다.

군수가 되기 전에 방송국 프로듀서로서 세계를 누비던 이석형 PD가 무엇보다도 관심을 갖던 분야가 조그만 시골지역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이벤트로 타지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 만이 낙후된 지역 함평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함평이라는 순수자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한 끝에 그는 '나비'를 생각해 내었다.

그러나 함평에는 나비가 없었다. 없는 나비를 공수하기 위해 이석형 군수는 제주도로 날라갔다. 추운 겨울 제주도에서 잡아온 100마리의 배추흰나비를 온실에서 100,000마리로 번식시키는데 성공하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와 지역 유지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들과 함께 1999년 4월 '함평 나비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점차 이름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고 덕분에 함평을 대표하는 한우와 무공해 쌀이 덩달아 팔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생겼다.

시간이 가면서 다양한 이벤트와 각양각색의 곤충 식물들이 더해지고, 급기야 2017년도에는 입장객수 30만 593명(연간 입장객 200만), 입장료수입만 9억 8200만원을 기록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지역축제가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함평나비축제만은 예외였다. 지역을 알림은 물론 돈 벌어주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행사장 내의 지역특산물의 판매액이 10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군민 모두에게 소득이 돌아가는 효자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함평나비축제는 2008년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교과서에도 이름이 오르는 대표적인 대한민국 지역축제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관람객들의 입장수입은 물론이거니와 군민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지역특산물 코너는 큰 수입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제기간 전국에서 모여든 수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인구 3만의 함평은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자동네로 탈바꿈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싱글스데이'와 '함평나비축제'의 성공은 'Out of Box'에서 생각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하나를 세계적인 석학인 게리하멜(Gary Hamel) 교수와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가 1996년에 발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장에 바나나를 달아 놓고 원숭이가 점프해서 그것을 먹게 했는데, 점프에 성공하면 맛있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지만 실패할 때에는 물세례를 맞게 끔 장치를 고안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높이를 낮게 설치하여 바나나 취득을 용이하게 하였으나 점점 높이를 높게 하여 실패가 많아지도록 설계를 했는데, 물세례가 많아 지면서 원숭이들의 점프에 대한 시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기야는 아무도 바나나를 먹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고, 나중에 새로 투입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려고 점프를 하려고 하자, 기존의 원숭이들이 이를 말리더라는 것이다. 결국 새 원숭이는 물세례를 경험해 보지도 않았는데 바나나를 먹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두 교수는 이를 가리켜 '부정박스(Negative Box) 효과'라고 말하면서, 조직의 만성화된 부정적 태도와 무기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실험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저서 『시대를 앞서는 미래경영전략』(21세기북스)에서 "미래는 미래를 점치는 수정 구슬을 가진 이가 아니라 기성세력의 편향과 편견에 도전장을 낸 이의 것"이라고 말하며 정설을 부정하는 사람, 변혁하고자 하는 사람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성공, 현재의 위치나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과감히 나아가는 선도적인 사람들이 미래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누구나가 아무 생각 없이 보아왔던 '독신자의 날' 이벤트 행사를 온라인쇼핑 최대의 기회로 탈바꿈시켰다.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다. 외로운 싱글들이 PC앞에 앉아 자신을 위해 쇼핑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석형 전(前)군수가 나비축제를 기획할 때에도 똑 같은 반대가 줄을 이었다. 나비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 해도 이런 시골에 그런 나비곤충 몇 마리 보려고 오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둘은 'Out of Box'로 생각하고 성공의 길을 만들었다. 조직의 미래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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