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소소한 의식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3.19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202번째 이야기「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소소한 의식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담당자의 '자기선언'에 의해 일이 진행 되게 끔 유도하는 것이다. 담당하는 직원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게 끔 유도하는 것인데, 그런 무드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본인 스스로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선언케 하는 것이다. 이런 '자기선언'에 의한 프로젝트의 추진은 상사의 '강제적인 업무지시'에 비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놀라운 효과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자신의 입으로 내 뱉은 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지를 가지고 성공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심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선언'에 의한 집념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구미에 있는 '석원'이라는 회사와 관련된 일화이다. 해외에 의존하던 코팅기술을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시켜 대기업을 대상으로 박막장치를 납품하던 석원에게 생각지도 않은 중국진출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의 일이다. 대당 수십억에 달하는 고가의 코팅기계를 2대 납품해 달라는 주문서가 중국에서 날라 온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더 반가운 소식은 우선 2대를 받아보고 성능이 좋으면 추가로 20대를 더 발주하겠다는 조건부의 추가발주서도 끼어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해외진출에 대한 기회는 그 동안 외산 코팅제품을 대체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의 마음속에 더욱 더 큰 꿈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난제 하나를 극복해야만 했는데, 바로 납기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중국에서 요구한 사양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날라온 납품요구서에는 1개월 내에 완제품을 만들어서 선적해 달라는 요구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모처럼 찾아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욕심과 함께 촉박한 납기일에 도저히 완제품을 선적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간부회의에 부쳐서 논의해 보기로 했다.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사안은 직원들과 상의하고 결정하는 평소의 스타일도 크게 작용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하잖아요! 모든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 본 후에 오더를 거절할 것인지, 아니면 수용할 것인지, 결정할 생각이었지요. 저는 직원들의 힘을 믿는 편이거든요!"라는 말을 하는 도중에는 비장함까지 묻어 나왔다.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이 번에 들어온 오더의 성공열쇠는 기술연구소에 있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사양이 기존에 우리가 다루었던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연구소에서 얼마나 빨리 신제품의 사양에 부합하는 설계도면을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한 데, 아시다시피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지난 달에 받아 놓은 주문서 때문에 현재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아깝기는 하지만 이번 건은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생산부장의 말에 사장은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간부들은 "포기할 수 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모두가 자그마한 탄식을 내고 있는 순간, 맨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구소장이 자리에 참석한 동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물론, 물리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 온 해외진출의 기회를 붙잡지 못하고 그냥 눈 앞에서 놓쳐버리는 것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하기 전에 옆 자리에 앉아있는 김차장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김차장과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비교적 쉬운 작업이니 이것들은 다른 직원들에게 넘기고 우리 둘이 중국프로젝트를 맡아서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저희가 맡아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해외 첫 주문은 연구소장과 김차장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어 고객이 요구한 납기일에 맞추어 선적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추가주문서도 날라왔다. 솔직히 나는 위에서 언급한 일화가 있었을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그 당시 그 상황에 같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 참 흐르고 그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종윤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해 들었을 뿐이다. 그는 아직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을 한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직원들 개인의 시간을 희생시키면서 일을 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 아깝기는 하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주문을 포기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간부들 의견을 물어 본 것인데, 담당부서장이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근 한달 간을 문제해결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을 보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만 가득할 뿐,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마음만 조렸다고 말한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단지 해외진출의 성공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자세에 대해 저도 공부가 되었지만, 다른 직원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되어 지금의 회사를 만드는데 큰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솔선수범이나 리더의 책임감은 리더의 덕목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단어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리더의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사례가 되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는 내 강의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일반 직원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어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더 나아가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행동규범을 바꾸어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빠뜨릴 수 없는 긍정적 효과 중의 하나이다. 직원들은 책임감 있는 리더의 행동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몸에 습득해 가는 것이다. 조직의 위계질서나 명령체계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이다 보니 현장의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의 대부분은 상사의 행동이나 의식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원'의 연구소장이 보인 '자기선언'을 통한 솔선수범의 행동은 누가 어떤 자리에서 책임감을 발휘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의 도표는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과 5년간 별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는 조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항목 중에서 '책임의식'과 관련된 대목이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직원들의 책임감이 높은 기업이 실적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책임의식이 희박한 회사의 경우는 실적 또한 좋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실적이 우수한 기업의 경우는 일반직원들보다 간부들의 책임의식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는 바와 같이 <실적상승기업 VS 실적정체기업>의 팀원비교인 경우 <43.2% VS 26.7%>로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하여 팀장비교의 경우 <60.6% VS 12.7%>로 5배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도표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이런 '솔선수범형 리더'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판교에 있는 어느 보안솔루션 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에 주요보직에 있던 간부 하나가 중국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이직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를 옮기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직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문제가 된 건, 이 간부가 최근 국책기관의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주용한 보직을 맡고 있고, 아직 프로젝트가 끝나려면 절반의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직을 해 버린 것이다. 내막을 들어보니, 중국측에서 제시한 액수가 꽤 큰 금액이라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에서, 구인회사가 요구하는 일정에 맞추다 보니 프로젝트의 중간에 이직을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프로젝트의 최고책임자가 도중에 자리를 옮겨버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지 않습니까"하는 사장의 하소연을 접하면서, 혹시나 이 간부에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선언'의 기회를 갖게 끔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입으로 책임감을 언급하게 유도하였다면 프로젝트의 중간에는 중국측의 유혹을 뿌리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조직은 리더에게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위에서 언급한 보안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회사로 이직한 간부가 보여준 윤리의식, 책임감의 결여는 고스란히 좋지 않은 조직문화로 남게 된다. 최근 실시한 의식조사에서도 전체 직원들의 확연히 떨어진 목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사심이나 책임감에 대한 수치는 떨어뜨리기는 쉬어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다른 영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직이슈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전체에 검은 연기를 퍼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사장의 목소리에서, 최소한 간부들만이라도 자신이 맡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를 인지시키는 '자기선언'이라는 이름의 소소한 의식을 거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PS: 지난 주 칼럼에서 심각한 오타가 있었습니다. 요새 블라인드채용을 주제로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블랜디드(Blended: 온-오프를 병합한 교육방식)라는 용어를 나도 모르게 블라인드(Blind: 스펙을 보지 않는 채용방식)로 잘못 표기해 버렸습니다. 오타를 지적해 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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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번째 이야기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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