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작은 제안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4.03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204번째 이야기「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작은 제안


얼마 전, 어느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조찬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HR과 관련된 일이라는 말이 영향을 미졌는지는 몰라도 바로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자기소개가 끝나자 마자, "신대표님 이렇게 아침 일찍 나와서 유익한 정보도 청취하고,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도 형성하고,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야말로 1석2조의 효과가 있는 가성비 높은 사회활동 아닌가요? 이런 좋은 활동을 왜 마다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까요!"라는 말로 말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1시간 동안 그치지를 않고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모 직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분이 말하는 요점을 정리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끼는 후배가 연구소에 있다고 한다. 좀더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여기저기 조찬이나 포럼 같은 곳에 가보도록 추천도 하고 강요도 하는데, 시간낭비라는 말을 하며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갈수록 자기고집만 강해져 가는 것만 같고 타협이나 의견조율능력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도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고위직급인지라 매우 고민이 된다는 하소연이다. 말하는 목소리나 눈동자에서 진심으로 후배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져서인지는 몰라도 중간에 말을 끊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는 말하는 중간중간에 "참 문제있네요!"라는 말로 맞장구를 쳐주는 헐리우드액션도 덛붙여 보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건 좀 오바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직의 내부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쪽 말만 듣고 섣불리 조언을 한다는 것은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기에, 그날 아침은 그냥 공감을 표하는 선에서 대충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한 연결고리를 많이 만들어 갈수록 살아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분이 말하는 후배의 직장생활이 조금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 보았다. 특히나 연구소 최고책임자라는 신분은 사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조직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의 말만 듣고 보면, 그 후배는 사회성이 상당히 떨어져 보이는데 그런 인물이 조직의 상층부에 앉아 있다는 건 조직분위기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굳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행복을 느끼며,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인데, 능숙하지 못한 관계성을 가진 상사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의 지능지수의 발전은, 관계 속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소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집단 내에서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 면역력 약화, 흡연율의 증가, 혈압상승과 같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입증이 된바 있다. 이런 연유로 인간은 더욱 더 관계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모임이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과 비교하여 생각하는 것도 긍정적이고 하는 일이나 사업도 훨씬 잘 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인간의 사회적 관계지수는 사회적 성공지수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만 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는데 무작정 모든 시간을 쓰는 것도 참 낭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항상 가는 모임에만 나간다든지, 항상 만나는 사람들만 상대하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항상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친숙한 얼굴이나 익숙해진 상황으로 인해 심적인 편안함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반대로 이미 알고 있는 정보만 오가기 때문에 나에게 더 이상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가보지 않은 곳을 가봐야 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에도 신경을 써 가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즐겨하는 활동이 아침조찬이며,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관련업종의 단체가 주최하는 포럼이나 세미나가 대표적인 사교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만남의 자리가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조사논문이 있는데, 일명 <일자리를 구하는 경로에 대한 연구(1974년 발표)>라는 이름의 사회과학논문이다. 사회연결망이론(Social Network Theory)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박사(미국 스탠포드대학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미국의 직장인들이 취업을 할 때, 어떤 경로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지에 대해 20년간의 직장이동경로를 분석해서 발표한 자료이다. 비록 발표시기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2012년 새롭게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상당히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평소 알던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거나(56%), 직접 발로 뛰어 취업을 하거나(20%), 구인광고나 헤드헌터를 이용(18.8%)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라고 밝힌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56%)인데, 일반적으로 높게 예상한 '밀접한 관계'는 31%에 불과하고, 나머지 69%의 사람들은 '느슨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 논문은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이름의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고 "약한 관계가 강한 관계보다 정보, 자원의 흐름에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보다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이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어, 가능하면 느슨한 관계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이 사회생활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 이런 약한연결고리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게 끔 설계가 된 구인구직싸이트가 인기인데, 바로 링크드인(Linkedin)이라는 이름의 구직싸이트다. 이 싸이트의 특징이 바로 약하게 알고 지내는 다수의 지인을 폭넓게 이용하게 끔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확실히 인적관계의 확산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은 비단 직장을 구하는 상황에서만 빛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내부의 협업을 강조하기 위해서, 혹은 내부의 창의적 사고나 아이디어 강화를 위해서 이런 약한 연결고리를 활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글, 애플과 같은 미국의 혁신기업의 대다수는 건물을 디자인할 때, 가급적 서로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한다거나 대화를 할 수 있게끔 사무실 구조를 설계한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다른 부서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접촉이 발상의 전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이는 다시 창의적 업무형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이처럼 조직의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조직의 내부에서도 가급적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수의 많은 사람들과의 인적 교류를 늘리는 것이 업무성과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보고가 되었는데, 논문을 기고한 이가 한국인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왠지 모를 뿌듯함을 가지고 논문을 읽게 되었다.

서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생각지도 않은 창의력이 생겨난다는 내용의 글이 실린 HBR(Harvard Business Review)의 연구논문을 그대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카네기멜런대 이선기 교수는 한국의 한 전자상거래 회사가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것을 발견했다. 회사는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모든 팀을 한 곳에 넣고 싶었지만, 공간의 제약 때문에 중앙현관을 중심으로 9팀은 개방된 한 곳에, 3팀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두 공간은 실내장식, 조명, 장비, 작업실까지의 거리, 경영진과의 근접성 등에서 똑같았고, 옛 사무실 환경과도 매우 비슷했다. 이 교수가 MD 60명이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 120일과 이후 80일, 총 200일 동안 체결한 3만8435건의 거래를 살펴봤더니, 더 많은 팀이 모인 공간에서 일하는 MD들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 모든 MD들이 맺은 계약보다 평균 25% 더 많은 신규업체 거래를 따냈다. 실적이 늘어난 이유는 협업 때문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업무에 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 교수는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제안을 단순히 반복하는 '이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탐구'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잘 몰랐던 동료와 나란히 앉은 MD의 하루 평균 거래 수익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보다 40% 더 늘어난 1만6510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일단, 전문분야에서 충분히 배운 다음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창의력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거리가, 새로운 동료와 신뢰를 쌓고 참신한 지식을 나누도록 촉진합니다. 이런 역량이 주어지면 새로운 결합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고 이선기 교수는 말했다." -(HBR 2018년 3월호)

이선기 교수의 연구대상이 된 그 기업은, 부득이한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섞이게 되고 이런 환경은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저자의 원인분석에 따르면, 직원들은 익숙하지 않았던 동료들의 대화를 들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옆에 앉은 동료가 사용하고 있는 익숙하지 않은 자료를 훔쳐보며 자신이 사용하였던 제안의 내용을 다른 형태로 꾸며보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본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세상의 만남은 융합을 낳고 더 나아가 창의력을 탄생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는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유좌석제'를 시도하면서 즐겨 사용하는 성공사례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세상의 만남이 낳는 융합과 창의가 비단 조직내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고 우리가 몰랐던 신선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항상 가는 모임만 나가고 항상 만나는 사람만 상대하는 행동은 자기계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인관계의 30%정도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임에 의도적으로 참석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을 한다. 상상력은 서로 다른 세상과의 충돌에 의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인위적인 충돌이 일어나게 끔 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나의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다른 부서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관계가 늘어날 수 있게끔 인위적인 환경조성을 만들어 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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