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다면평가의 본질에 대하여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2.2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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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이야기「 다면평가의 본질에 대하여


'직원의 행동개선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아래 많은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상사와 동료가 평가하는 180평가는 물론 심지어 '상사-동료-부하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360평가를 도입하여 쓰고 있는 기업도 적지가 않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감각적으로 생각하기에 대기업의 경우 거의 모든 기업이, 중견기업의 경우 절반 정도가, 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1/3정도의 기업에서 다면평가를 활용하여 리더십향상이나 인사고과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업에 따라서는 다면평가가 마치 해당 직원의 모든 것을 파악하게 해 주는 정확한 진단도구라고 믿으며 승진은 물론 보상의 관점에서도 적극적으로 연결하여 운영하는 곳도 종종 눈에 보인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평가보상으로 연결되는 시즌에서는 정확한 고과를 위해 그리고 직원육성을 위해 한 번쯤은 거론되는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이고 보니 그 순기능과 역기능을 알아보고 좀더 효율적으로 다면평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힌트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오래 전에 내가 알고 지내는 D기업의 인사부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년도에 실시한 360도 평가를 바탕으로 리더십연수가 끝나고 얼마 안 있어,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인사팀장으로부터 상담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참고로 해당 인사팀장의 리더십 서베이 결과가 너무 안 좋게 나와서 본인도 연수기간 내내 불편해 했을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경영진도 큰 실망감을 내 비치며 그에게 뭔가 경고의 시그널을 던졌다고 한다. 내막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담요청이 온 순간 대충 이유가 짐작이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를 본 순간, "신 대표님, 같이 일하고 있는 팀원들 얼굴을 못 보겠어요. 그 동안 부족한 아이들 데려다가 각별히 애정을 쏟으며 많은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큰 실망과 배신을 느낍니다. 이번 평가에서 저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저렇게 상냥한 얼굴로 나를 대하는 저들의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나 둘씩 멤버를 교체해 가며 인사팀 전체를 다 바꿔볼 생각입니다"라는 말로 쌓였던 속내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일은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라서 어떤 식으로 위로를 해 주고 또 어떤 식의 결과로 이어질 지는, 어느 정도 수순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동료평가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 연수에서는 늘상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나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받는 다는 일은 생각만큼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를 평가하는 대상이 후배나 부하직원, 심지어 내가 선발하고 교육했던 한참 아래의 주니어 사원이라고 가정해 보면 꼭 이렇게 까지 평가를 받아야 하나, 하는 불만을 갖는 간부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다면평가, 동료평가가 리더십향상을 위한 진단 툴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이유는, 평가나 보상과의 연계를 완전히 배제한 순수한 육성플랜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동료평가의 결과를 가지고 인사고과나 승진승격에 활용하는 회사가 있는데, 이는 큰 재앙을 부르는 주술과도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료들에게 평가를 요청하는 명분은 어디까지나 "같이 일하는 상사나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서 더 좋은 리더가 되게끔 도와주자!"라는 교육적인 측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하가 상사에게 인사고과를 메기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만일, 평가 후에 당사자가 인사상의 불이익이 주어진다거나 임금에 변동이 생기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회사의 다면평가나 동료평가를 통한 평가, 육성제도는 더 이상 공정성을 확보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대부분은 다면평가에 대한 소감을 물을 때, "불편은 하지만 자신의 리더십향상을 위한 쓴 보약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점에 대한 칭찬은 별로 없고 대부분 비난의 글이 도배를 한다든지, 더 나아가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코멘트가 담긴 피드백시트를 받아 본 관리자의 경우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다. 평이한 피드백을 받은 관리자는 무난하게 큰 임팩트없이 연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이 예상했던 피드백이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평가를 동료나 후배들에게서 받은 관리자의 경우는 특히나 관심을 갖고 행동변화, 표정변화 하나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불편한 피드백의 결과를 받아 보는 경우 다음의 4단계 행동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충격-부정-인정-개선'의 단계다. 첫 단계가 ①충격이다. 한 동안 얼굴이 하얗고 몸 전체가 경직된 모습이 옆에서 봐도 느껴질 정도다. 심한 경우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신적인 충격이 크면 클 수록 이런 동작의 변화가 심하게 감지가 된다. 어떤 이는 부하직원에 대한 배신과 분노를 느낀다면서 연수를 거부하고 교육장을 박차고 나서는 이도 있을 정도고 보니, 담당 강사가 특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 군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이어지는 단계는 두 번째로 ②부정단계로 들어선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리더십 서베이를 할 당시 부서 내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좀더 긴장감을 조성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멤버들을 심하게 닦달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시점이 좋지 않다 보니 이렇게 원망 섞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서베이를 한다면 이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들이 많다.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비로서 세 번째, ③인정단계로 접어든다. 과거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행동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멤버들을 이끄는데 맞지 않았다든지, 자신의 사고가 항상 옛날에 머물러 있어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가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식의 인정단계에 서서히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네 번째, 바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에 대한 ④행동개선에 대한 의지의 표명단계로 접어들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조금씩 발생한다는 것이다. 동료들의 평가를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충고로 받아들이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복귀 후의 모습을 그리는 사람들이 절반, 나를 비판한 동료들에 대한 분노에서 그들에 대한 뭔가의 복수를 포함한 개선책을 그리는 이들이 절반이라는 점이다. 후자의 부류 중에 아까의 D기업의 인사팀장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장점에 대한 인정은 거의 없이 단점에 대한 지적만이 가득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을 진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좋은 점에 대한 칭찬은 거의 없이 무조건 잘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만 듣게 된다면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쉽게 아물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 또한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 또한 나를 싫어하는 너희들과 굳이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나를 알아주고, 나를 좋아하는 멤버들로 팀을 꾸려서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한 번 멋지게 해 볼 테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마침 지난 1월 발간된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려있기에 발췌해 보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박사과정 폴 그린Pual Green은 동료연구원인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브래들리 스타츠Bradley Staats와 함께 투명한 동료평가제도를 운영하는 한 회사의 현장 자료를 연구했다. 이 회사는 직원 300명에게 어느 정도 스스로 직무를 규정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재량권을 줬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동료에게 비판적 평가를 받은 직원은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사람과 일할 수 있도록 역할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연구를 주도한 폴의 말이다. "같이 일을 안 해도 되는 재량권이 있는 경우,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보통 그 관계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같이 일을 해야만 한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상쇄하기 위해 조직 안에서 맺을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그들은 다른 부서나 다른 사무실 사람들과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칭찬쇼핑Shopping for confirmation'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동기로 일합니다. 자기 약점을 발견했을 때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신은 소중한 존재이고, 대체로 회사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는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껴야 한다"와 "나를 개선해야 한다"라는 두 가지의 대립적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다른 실험에서 우리가 그들의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10분 동안 쓰게 해서 자기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칭찬쇼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에서, '가치의 인정'과 '개선의 대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동료평가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BR 2018/1~2합본호)

나는 항상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쓰임새가 맞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많이 해 왔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이 가진 재능은 사람들 만나서 수다를 떨면서 폭 넒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인데,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는 자료조사하고 보고서 만들어서 납품하는 것들을 요구한다면, 맞지 않는 업무에 좋은 결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무능력자로 낙인이 찍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너의 장점과 재능은 이 부분이지만 현재 회사가 처한 현실 때문에 훌륭한 재능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어 정말로 안타깝다."는 공감을 전하고,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공유와 앞으로의 필요행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부분은 단점에 대한 공격으로만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분노가 가시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다면평가의 원래 취지가 아니다. 위에서처럼 다면평가 본래의 취지를 생각하며 평가와 연수를 계획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기업이 적지가 않다. 지금이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의 평가가 당사자의 올바른 행동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는 접근방식이 중요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다면평가의 본질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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