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에 대해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3.06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200번째 이야기「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에 대해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5,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업이 허다하다. 두산처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겨우 7개에 불과한 현실에서 보듯이 대기업이 이럴진 데,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역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창업 후 30년을 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겨우 2%에 불과하고, 전체적인 평균수명은 5년 전 12.5년에서 작년 11년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명문장수기업'이라는 인증제도를 두어 각종 세제혜택과 함께 대상기업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장수기업'에 들어갈 만한 기업이 많지가 않아서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런 현실은 금방 느낄 수가 있다. 설립되고 한 동안 성장세를 이어가던 회사가 언제부터인가 제자리에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오히려 역U자 곡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떤 기업의 대표는 회사 본연의 업무에서 올리는 매출보다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유명인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반대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의 가치하락으로 빚만 지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회사도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돈이 될 만한 건물을 사서 회사 규모를 늘려가지 않는 이상 회사성장은 그림의 떡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느 사장님의 자조 섞인 한탄을 들으며 회사 본연의 비즈니스로 기업을 성장시키기가 얼마 나 힘든 것인지를 새삼 느껴 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이 설립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창업 초창기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대다수의 기업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보았다. 당연히 과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기 마련인데, 해결책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원인분석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래와 같이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조직이 성장해 가는 데 필요한 전략적 행동이나 구조, 관리시스템은 조직의 성장과 규모의 확대에 따라 변화해 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조직이 탄생하여 성장, 성숙해 나가는 단계를 ①창업가 단계, ②공동체 단계, ③공식화 단계, ④정교화 단계의 4가지로 분류해 볼 수가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과제가 이 4가지 단계로 이전하는 단계별 직진, 직후의 시점에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표

위의 도표에서처럼 '기업가-공동체-공식화-정교화'의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기업가단계에서는 기업가인 창립자 자신이 실무활동에 주력하며 회사의 사활을 거는 단계이다. 따라서 조직은 비공식적이다. 이 단계에서 중시하는 것은 창업자의 창조성과 혁신성이며, 조직을 통제하는 일도 창립자의 지휘로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조직이 성장하면 직원 수가 증가하는 등 창립자의 능력만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자원을 다루게 되면서, 조직은 창립자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따라서 조직이 꾸준히 성장해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관리자를 고용하거나 조직 구조를 조정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많은 창업자들이 당장 눈앞의 현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고에 남아있거나 혹은 작은 성공체험의 늪에 빠져서 벗어나오지를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판교에 있는 게임SW를 개발하는 A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게임개발사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아 꽤 비중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던 대표가 자신이 데리고 있던 멤버 수 명과 함께 독립을 해서 만든 회사가 A사다. 현장에서 개발자로 일한 대표의 실력 덕분으로 설립 후 초창기에는 여기저기서 주문도 쇄도하고 같이 협력해서 일하자는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해서 한 동안 사세는 확장일로에 들어서는 듯 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눈 앞의 현안에만 몰입해 있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대표 자신이 개발자출신이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역량이 따라주지 못했던 면도 없지가 않았다. 새로운 비전을 그리기 위해 다른 세상을 본다거나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교류를 하며 시야를 넓히고 지혜의 폭을 키우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당장 눈 앞의 과제해결에만 몰입해 있다 보니 조직전체의 힘을 키우는 데는 미쳐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①의 단계를 극복하고 유능한 간부들이 그들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게 되면 ②의 단계를 지나가야 한다. 다음 단계인 공동체 단계는 강력한 리더십의 발휘로 명확한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이 제시되고 권한의 계층 구조와 분업체계가 확립되는 등, 조직내부의 통합을 꾀하는 단계이다. 직원은 조직의 사명을 자신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하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허물없는 의사소통과 리더의 특성에 따른 통제를 우선시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강력한 톱다운 방식의 리더십이 두드러지면서, 구성원은 자기 자신이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직에 대한 참여도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던 경영자가 권한과 책임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경영자의 직접적 지휘 없이 각 부문이 제어.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지가 다음단계로 가는 성장의 가늠자가 된다.

②공동체 단계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립자의 권한이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와 함께 조직이 경영자의 직접적인 지휘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는 체제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가끔 '권한이양'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아무런 대책 없이 무턱대고 관리자들에게 주요권한을 넘겨주는 경영자를 접하곤 하는데, 무능한 관리자라고해서 이미 넘겨준 권한을 다시 회수한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권한이양을 할 때는 상대방이 그만한 자질이 있는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 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다음 단계는 공식화 단계로 들어선다. 공식화 단계에서는 규칙과 순서, 통제 시스템이 도입된다. 비공식적인 의사소통은 줄어들면서, 보다 정형화된 시스템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인다. 경영자는 전략을 세우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쏟게 되고, 현장 관리는 중간관리자에게 위임한다. 이 단계에서는 경영자와 현장을 연결하는 조직관리의 구조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된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관료적 형식주의라고 부르는데, 조직이 더 크고 복잡해 지면 시스템과 제도가 증가하면서 현장을 책임지는 중간관리자가 막중한 부담을 느끼는 등의 폐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조직의 구성원에 따라서는 규칙 준수가 목표가 되는 '목표의 치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혁신을 꺼려하고 소속 부문의 목표에만 관심을 갖는 등 전체의 최적화를 방해하는 환경에 놓이면서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구미에 있는 중견기업 B사가 이런 케이스에 들어간다. 부지런한 대표이사의 탁월한 리더십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덕분에 한 동안 정신 없이 성장을 구가하던 B사의 성장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 동안 이유를 몰라 방황하던 나는 간부회의에 참석하면서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원인은 간단했다. 부서별 이기주의에 빠져 자부서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상이 조직 내에 만연해 진 것이다. 정치적인 용어를 인용해서 쓴다면, '파벌주의'라는 용어가 어울릴 듯 하다. 부서별로 자신들이 손해 볼 듯한 의사결정에는 드러내놓고 'NO'를 외치는 것이었다. 조직이라는 것이 전체를 위해 때로는 본인이 안고 있는 부서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면 부서장이 나서서 자신이 속해 있는 부문의 이익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도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중장기적 시각은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정교화 단계이다. 정교화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공식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관료적 형식주의를 해결해야 한다. 사업부문과 업무부문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팀을 형성하는 등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거나, 조직을 복수의 부문으로 분할하여 모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벤처적 가치관과 발상을 재구축하고, 권한 이양을 추진해야, 앞 단계로의 이동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가끔 새로운 조직체계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우리하고 맞지 않다'등의 문제제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문에 사업영역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쇄신하는 것과 같은 조직을 다시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로베이스의 검토가 필요하다. 거대한 공룡조직의 몰락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가급적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노마드(Nomad)정신이 필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조직을 가급적 소형 유닛으로 슬림화하고 조직의 움직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과 같이 성장단계별로 조직이 마주하게 되는 4가지 성장통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어느 조직은 이런 모든 장애물들을 거침없이 걷어치우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위에서 열거한 성장의 벽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워했으며 심지어는 그 고통을 못 이기고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 많은 기업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단계별 장애물을 극복하고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과 도중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기업들 사이에는 혼(魂)의 유무가 있더라는 것이다. 창업자의 혼이 조직의 근간에 흐르는 기업의 경우 다소 어려운 길을 걷기는 해도 결국에는 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해 간 반면, 혼이 사라진 기업의 경우 단계별 장벽에 어김없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삶의 방향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열쇠라고 생각했던 혼이라는 것이 기업경영에도 이리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영혼이 있는 기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기업에 혼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과제를 안아보게 된다.

P.S:200회 칼럼은 좀더 특별하면 좋겠다는 천일식품 천석규 선배, ETS Korea 이용탁 선배의 말에 이 글을 쓰는데 평소보다 2배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사람은 자극과 격려를 통해 성장한다는 현인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주변의 많은 선배, 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새삼 드려본다. 고맙습니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199번째 이야기 :따뜻함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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