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조직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3.13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201번째 이야기「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조직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있다. 법을 지키듯이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간에 지켜야 한다는 구두합의를 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되는 보편적 가치기준을 '사람의 도리'라고 한다. 예를 들면, 도움을 요청하거나 곤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든지, 혹은 도움을 준 사람들을 혹시나 보답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잊지 않고 보답을 한다든지, 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사람의 도리에 들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급적 지켜주었으면 하는 사회 보편적인 암묵적 합의를 우리는 '사람의 도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뜬금없이 사람의 도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보는 이유가 있다. A라는 기관과 3년을 같이 고생을 해서 겨우 본 궤도에 올려 놓은 포럼운영에서 갑자기 내가 아웃되고 우리회사의 경쟁사가 선정되는 일이 얼마 전에 발생했다. 황당했던 것은 포럼에서 내가 제외되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3년 동안 같이 일한 담당자로부터 주관하는 사람을 바꾸는 데도 불구하고 한 통의 전화도 사전에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3년을 같이 일하면서 그 동안 같이 먹은 밥이 몇 그릇이고, 같이 보낸 시간이 몇 시간인데, 갑자기 이렇게 내쳐졌다고 생각하니 '뭔가 속사정이 있겠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가 않는다. 물론, 그 A기관과 나 사이에는 계약서 같은 것은 없다. 누구를 파트너로 하던 주관사인 그 기관의 의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다만, '사람의 도리'가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최소한 '이런 이유로 이번에는 파트너를 바꾸게 되었어요'라는 설명 정도는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서운함이 있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10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사건 하나를 더 꺼내 볼까 한다. 나의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다른 회사와 계약해 버린 어느 비정한 교육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HR교육 시장에서 같은 목적을 두고도 평행선을 그었던 온라인시장과 오프라인시장의 기업들이 서로 만나서 공동의 시너지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른바 블랜디드러닝(Blended Learning: On-Off Line을 병합한 교육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로운 교육시장의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 오프라인 기반의 교육업체가 온라인 교육업체와 업무제휴를 시도하던 시절이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대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면 민간기업이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가 초기사업을 런칭해 주는 형태의 구조가 많은데, 이 분야 역시 초기에는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즉, 정부가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아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중소기업의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사업모델이었던 것이다.

주관기관은 온라인교육회사가 맡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인지도 있는 온라인교육업체를 물색해 보기로 했다. 삼성멀티캠퍼스 같은 자타가 공인하는 1위 기업이라면 사업자로 선정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 정도의 기업이라면 우리 말고도 다른 유명한 오프라인기업과 이미 이야기를 주고받을 가능성도 높았고, 설령 우리하고 대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대등한 관계에서의 업무협약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단계 아래단계에 있는 B기업에 사업제안을 해 보기로 하고 그 쪽의 실무담당자를 만났다. 물론 그 회사의 대표와도 얼굴이 통하는 친분이 있었지만, 일이란 것은 실무담당자가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위로부터의 압력이 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쪽의 사장에게는 알리지 않고 B사를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이번에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블라인드러닝의 신규사업제안을 같이 하면 어떨까 해서 이렇게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혹시 내용은 아시는지요?'로 시작한 나의 질문에, '물론이지요, 저희도 사업참여를 위해 같이 일을 할 오프라인의 교육기관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연락을 받고 조사를 해 보았는데 가지고 계신 프로그램들이 좋아서 저희하고 충분히 시너지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병합모델을 만들 생각인지 구성안을 만들어서 보내주시면 적극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얼른 감이 오지 않아서요, 대표님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새롭게 열리는 국내 블라인드 교육시장을 같이 만들어 보자는 당찬 포부도 덧붙였다. 평소 이렇게 욕심 있는 친구들을 좋아했던 터라, 이번 건은 내부의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챙겨보기로 했다.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사업제안서를 만들어서 열정 충만인 그 팀장에게 발송하고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저 쪽에서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보내준 사업제안서에 살을 붙이고 이것 저것 구체적인 실행안을 준비하느라 바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단지, 사업자 선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 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과발표가 나오면 그때 연락을 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만 했지 다른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결과 발표가 있었고, 그 회사는 정부위탁사업 대행사로 선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회사의 협업파트너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공간에는 우리의 이름이 아닌 다른 회사의 이름이 버젓이 게재되어 있었다. 물론 우리의 경쟁사였다.

'팀장님,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 우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이름이 같이 들어가 있는 거죠?' 너무 화가 나서 참기 힘들었지만,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검토한다고 했지, 대표님 회사와 같이 일을 하겠다는 말씀은 안 드린 것으로 아는데요, 뭐가 잘못이죠?'라는 답변이 수화기 너머로 건너왔다. 황당했다.

그날 저녁, 친한 선후배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 겪었던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울분이 가라앉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세상에 뭐 그런 상식 이하의 친구가 있데요, 거기 사장님하고도 잘 아는 사이잖아요, 전화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하시고, 혼을 내야지 그냥 내버려 두시면 안됩니다'에서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시간이 흐르고, 모두의 코멘트가 끝나갈 즈음, 묵묵히 한 켠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석(정부기관에서 HRD를 담당하는 후배이다)이 한마디 던진다. '그 친구의 문제가 아니고 그 회사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있거든요,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신들이 만든 것처럼 서비스를 한다는 거에요'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다른 멤버가 기석의 주장을 돕는다. '문화는 CEO가 만든다고 하잖아요. 그 회사 대표님 평이, 머리는 좋은데 기업인의 윤리관이나 기본적인 사람의 도리, 뭐 이런 것과 관련해서는 주변에서 별로 평이 좋지 않으시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내부 직원들에게도 암암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의 평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행실이 중요한 것이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충 이런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은 이런 공유를 통해서 만나지 않더라도 향기를 느끼고, 인품이 개차반인 사람은 이런 공유를 통해서 가급적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B기업 팀장의 황당한 처사가 그 기업의 CEO성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행동은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조직문화기인론'에 유추해서 결론을 내려 본 것이다.

이런 추론으로 글의 서두에 언급한 A기업 담당자의 행동을 분석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유사한 논리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생각이 났다. 작년에 그 조직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을 위로하기 위해서 한 번은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는데, '돈 있는 고객을 잡아라! 신뢰? 그런 거 필요 없다. 품질? 그런 것도 필요 없다. 부자고객을 만나서 최대한 많이 파는 것만 생각해라!'라고 새로 부임한 최고책임자가 직원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교육기관이 교육의 질을 중요시 여겨야 하지 않나요?'라는 하소연을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 내려온 보스의 경영철학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열정적이고 청렴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지, 듣는 이가 앞뒤 다 빼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보스가 내 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는 구성원 모두에게 다양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확실해 보였다.

타고난 DNA에 의한 개인적인 성격이나 개별적인 인성 탓으로 돌릴 법한 사람의 도리가, 알고 보면 조직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도덕적인 가치관으로 무장된 CEO가 이끄는 조직은 구성원들의 정직에 대한 집착 또한 병적일 만큼 철저한 경향이 강했으며, 반대로 항상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하는 CEO가 이끄는 조직은 구성원들 또한 정직에 대해 둔감한 반응을 보인 곳이 많았다. 이를 지지하는 자료가 공기업의 부실경영을 조사분석한 연구논문에 많이 실려 있다. '경영진의 방만경영은 구성원들의 모럴헤저드를 부른다'는 타이틀로 이루어진 연구자료에 의하면 '공기업 모럴헤저드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에 있다'고 많은 연구자료가 말한다. 그러나 아직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사논문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위에서 언급한 A, B기업 담당자들과의 직접적인 체험으로 이런 논리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보는 바이다. 물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안목부재(眼目不在)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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